글쓴이 : 박완서
펴낸곳 : 열림원
정 가 : 14,000원
자료제공 : 보문서점
(하동군 하동읍 중앙로 23)
전 화 : 055)884-2064

작가 박완서는 책을 펴내며 ‘이 책은 1996년부터 1998년 말까지 천주교 서울주보에다 그 주일의 복음을 묵상하고 쓴 말씀의 이삭을 모은 것입니다. 지금까지 연재의 형식을 빌려 소설이나 산문을 쓴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만 말씀의 이삭처럼 시작하기 전엔 덜컥 겁부터 났고, 쓸 때마다 떨리고 송구스러웠던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주보의 지면이 저에겐 그렇게 두려웠고, 그곳을 차지한다는 책임감이 어찌나 버거웠던지 연재를 끝마치고 나니 몸과 마음이 붕 뜨는 것처럼 홀가분했습니다. 그런 심정을 털어놓고 다음과 같은 연재의 마지막 말(1998년 12월 27일 서울주보 말씀의 이삭 전문)로 여기에 머리말을 삼고자 하는 건, 신앙에 있어서도 발전 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제 소망 때문입니다’ 라고 했다.
‘인터넷 교보문고’ 책 소개 자료에 따르면, 이렇듯, ‘예수의 위선을 까발리기 위해서 성서를 통독’한 박완서 작가가 1996년부터 1998년까지 천주교 ‘서울주보’에 그 주일의 복음을 묵상하고 쓴 ‘말씀의 이삭’을 엮어낸 산문집이다.
‘옳고도 아름다운 당신’의 개정·증보판인 이 책은 미수록 원고 5편을 새로이 찾아 넣고 ‘노란집’의 일러스트를 그린 이철원 작가의 그림을 더해 박완서 작가의 정신세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그동안 필자는 한권의 책을 소개하면서 내심(內心) ‘스님들은 산문집 등 많은 글들을 쓰는데 어째서 목사님들은 쓰는 글이 이렇게 없는 것일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언젠가 필자의 한 지인이 ‘어째서 매번 스님들이 쓴 책들만 소개를 하느냐’고 했다. 사실 보문서점에 들러서 박완서 작가의 ‘빈방’을 곁눈질로 열어 보다가 손에 움켜 쥐고 성큼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를 꼬집자면 그것이 하나다.
유난히 밤 주우러 온 사람이 많은 어느 상쾌한 날, 저는 온종일 창가에 의자를 놓고 앉아 숲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올 때 보니 적으면 한 됫박, 많으면 두 됫박 정도의 밤을 주웠다는 걸 알 수 있을 만큼 봉지가 아래로 축 처져 있습니다.…아침 일찍 남보다 먼저 숲으로 들어간 사람이나 남들이 온종일 휘젓고 다닌 뒤에 느지막이 들어간 사람이나 거의 같은 양의 밤을 주워가지고 나오는 것을 보면 얼마나 신기한지요.…마치 그 안에 어떤 손길이 숨어 있어 공평하게 분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날 저는 마음이 텅 빈 채 열려 있었나 봅니다. 숲 속에 있기는 있되 보이지 않는 분배의 손길이야말로 하느님 마음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이 감미롭게 스며드는 것이었습니다. 숲을 바라보며 즐기고 산 지 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숲의 복음을 들은 거였습니다. - 님이여, 그 숲을 떠나지 마오 - 중에서
박완서 작가는 1931년 경기도 개풍군에서 태어났다. 1950년 서울대학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게 되었다. 1953년 직장에서 만난 호영진과 결혼하고 살림에 묻혀 지내다가 훗날 1970년 불혹의 나이가 되던 해에 '여성동아' 여류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한국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다룬 데뷔작 『나목』과 『목마른 계절』『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틀니』『아저씨의 훈장』『겨울 나들이』『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등을 비롯하여 70년대 당시의 사회적 풍경을 그린 『도둑맞은 가난』『도시의 흉년』『휘청거리는 오후』까지 저자는 사회적 아픔에 주목하여 글을 썼다. 그리고,『살아있는 날의 시작』부터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작가는 행복한 결혼은 어떤 형태인가를 되묻게 하는 소설인 『서 있는 여자』『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 점점 독특한 시각으로 여성문제를 조명하기 시작한다. 또 장편 『미망』『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1년 1월 22일 80세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