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춘 발행인

언제부터인지 분명하게 알 수는 없다.

다만, 그렇게 멀지는 않은 근자(近者)에 와서 갖게 된 생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저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서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가 알게 모르게 뭔가 조금씩 변하여 왔고 지금도 변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다.

주변이 기계화 되어져 갈수록 사람들이 숨겨왔던 야성(野性)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 같고, 인성 조차도 흰 것도 검은 것도 아닌 회색 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기후변화가 지구촌의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들에게도 어떤 심각한 변화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한다.

이 또한 막연한 추측이다.

누구도 아닌 우리 인간들이 가져온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지구의 생태계가 무너져 갔고, 이제는 마침내 인간들이 지구 종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잘난 것도 없는 부류(部類)들이 똑똑한 것도 없는 족속(族屬)들이 제 죽는다는 사실도 모른채 지구의 생태계를 그것도 철저하게 망가뜨려 버렸다.

그래서 멍청한 우리 인간들은 스스로를 일컬어서 “개차반”이라 표현한 것이 아닐까.

그런 개차반들이 넘쳐나다 보니 지구촌이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고, 그 지구촌에서도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한 대한민국도 조용할 날이 없다.

작금의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 사회의 그림은 이렇게 그려진다.

나라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니 그것을 인정조차 할줄 모르는 온갖 잡놈들이 ‘왜? 내가 대통령이 안 된 것이냐’라며,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니 무책임하고 주제도 모르는 양아치들이 ‘왜? 내가 국회의원이 안 된 것이냐’라며 매일 밤 알콜에다 말아서 먹고 비벼서 처먹은 것 들을 아침이면 전국 곳곳에서 그것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꾸역꾸역 토해낸다.

대통령 되었으니 정부에 쓸만한 요직 하나 내어 놓으라 토하고, 당신은 우리 편이 아니니까 물러나라며 토하고, 소싯적 지은 죄 이실직고(以實直告) 하라고 토하고, 우리 집 대문 앞으로 고속도로 내어 달라고 토한다.

또, 우리 속담에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는 말이 있듯 잔챙이 판 지방선거의 결과를 두고도 ‘왜? 내가 지방자치 단체장이 안 된 것이냐’며 간밤에 소맥을 말아서 기름기 질질 흐르는 비계덩이 질컹질컹 씹어대던 한량(閑良)들은 마침 점심 장사 준비로 바쁜 국밥집 주인 아주머니의 눈치를 살피며 미세하게 떨리는 손으로 막걸리 잔을 채우고들 있다.

그 맞은 편 식당의 식탁에 둘러 앉은 사람들은 지역에서 돈푼깨나 만지고 어디 가서 방귀깨나 뀐다는 인물들로 이미 해장술에 만취가 되어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들을 시부렁거린다.

귀를 쫑긋 세우고 구태여 들어보니 그 졸부들의 주절거림은 이렇다.

‘내가 선거 때 얼마나 도와 줬는데 은혜도 모르고 이 자식이 시간 좀 내어 달라니 무시하고 그렇다고 전화 한 통도 없어 내 가만히 안둔다 XXX’.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맞은 편에서 잔속의 술을 반이나 식탁위에 흘리던 인물은 ‘나는 제놈 선거하는데 내 돈 써 가면서 그렇게 도와 줬다. 그랬는데 그 몇평 용도변경 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담당 직원한테 미뤄버려 XXX’.

꼴불견은 그것으로 그치지를 않고 장사를 시작 해야 될 식당에 반쯤 드러누운 이미 한물간 인간은 ‘나도 선거 사무실에 음료수도 들고 가고 내 주변에 표를 그렇게 몰아 줬는데 요즘에 공사도 없고 해서 수의계약 하나 달라고 어렵게 말 했더니 그것도 하나 안들어 주더라 XXX’.

그들의 술주정 대화를 들으며 점심 장사 준비에 분주하던 주인 아주머니가 결국 ‘아니 그런 개인적인 부탁들 말고 군수가 뭘 그렇게 잘못 했는데요?’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한마디를 툭 내어 뱉았다.

그러자 핸드폰 등을 주섬주섬 챙기던 사람들은 모두가 몹시 못 마땅한 표정을 더 일그러 뜨리며 ‘다른 것은 우리하고 상관도 없으니 모르겠고 사람이 오고가는 정이라는 것이 있어야지 선거 때 그렇게 도와 줬는디 그 은혜를 모르면 안되는 기라요’

인류가 지구의 종말을 우려하며 사는 작금의 현실에 비춰 아무리 못났더라도 만약에 상황이 이렇다면 이들의 생각이나 대화는 정상적인 것일까? 술 기운에서 비롯된 실언(失言)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