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다. 참 글쓰기가 싫다.

마치 갱년기 증상을 앓는 것처럼 글이라는 것을 쓴다는 것이 싫어도 너무 싫다.

지금껏 글쟁이 역할을 해 오면서 질에 있어서는 몰라도 나름 그 양으로 따졌을 경우는 어지간한 사람들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글을 참 많이도 썼다.

이 같은 사실이야 누가 알아주던, 몰라주던 그런 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부지런히 물건이 되건 말건 무작정 그렇게 많은 글 들을 써 왔지만 근자의 마음처럼 글 쓰는 것을 애써 뒷전으로 밀어 두고 싶은 그런 적은 없었다.

그런데 유난스레 글이라는 것을 쓰기가 참 싫다. 아마도 실증을 느꼈거나 질려버린 것인가?

지금도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그 사람들과 뭐 크게 다를 바 없이 나는 살고 있지만 작금의 내 마음은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가거나 아무도 없는 외딴 섬에서 그곳이 지겨워 질 때 까지만 그렇게 지내고 싶다.

다른 건 묻지를 마시라 자세한 것은 나도 잘 모르겠다.

한 친구가 우연히 찔끔 흘리는 것을 어설프게 듣게 된 이야기라 줄거리가 맞는지도 잘 모르겠다.

내 친구의 어느 친구가 돈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돈이라는 것은 얼마가 있어야 많은 것인지 그 수치를 누구도 정확히 아는 사람들은 없다. 그런데 아무튼 그 친구는 돈이 많다(수천억은 된다고 하니?)고 한다.

그 친구의 친구는 목표가 아주 뚜렷하다. 철들어 돈벌이를 하면서부터 친구의 평생 목표는 1조원을 모으는 것이다.

‘너는 목표가 뭐고?’ 그렇게 누가 물으면 20대, 30대, 40대, 50대 그리고 이제 60대가 다 된 중에서도 ‘내 목표는 1조원을 모으는 것이다’라고 한다.

시작도 과정도 결론도 오로지 ‘1조원을 모으는 것’으로 아주 단순하면서도 다부진 각오이며 그 친구의 오직 유일한 목표다.

돈이라는 존재의 걸신(乞神)이 든 것인지 그동안 참 많은 돈을 모았는데 이제 중년을 넘어 서는 나이에 들어서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상당한 부자로 조금도 손색이 없어 보이는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60년 가까이를 살아 오면서 친구는 가끔 한마디 쯤 말문을 터고 지내는 이들 외에는 주변에 지인들이라고는 없을 정도로 ‘1조원 이라는 그 목표’만 바라보며 지금도 한결같은 삶을 살고 있다.

가끔 말문이라도 열 만한 사람들이 ‘이제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에 1조원 모으면 뭐 할건데?’물으니 ‘뭐 할 거는 없다. 내 목표는 그냥 1조원을 모으는 것이다’ 그것이 끝이란다.

내 평생에 1조원이라는 돈을 모아서 ‘죽기 전에 사회에 뭔가 하나를 남겨야 겠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라면 ‘자식들에게 1조원 쯤 물려주고 죽어야 폼이라도 날 것 같아서’라 던지 어떤 시덥지 않은 이유 내지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 친구의 평생 목표는 친구도, 가족도, 이웃도, 정치도, 사회도 뭐 그런 요소들은 아무것도 필요가 없고 ‘그저 1조원을 모으는 것’ 그것이라는 것이다.

글을 쓰려니까 너무 쓰기가 싫고 그래도 내일아침 마감을 앞둔 시점에 의무 방어전을 치러야만 하는 것 같은 입장에서 지난 5월의 소중한 만남의 자리에서 얼핏 들렸던 단어를 떠 올려 억지로 대충 꿰맞춰 봤다.

1조원이라는 돈, 그것을 ‘어디다 어떻게 쓸 것인가?’ 가장 마지막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오로지 1조원을 모으기 위하여 삶을 살아가는 그 친구가 과연 길거리나 야산을 떠돌며 사는 버려진 동물들 보다도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일까?

혹여 심각한 중증의 수전노(守錢奴)라 ‘돈 벌이는 재미에~~’라고 말하는 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마 통쾌한 결론도 없이 평생을 1조원을 모으기 위해 허우적 거리는 그 친구 보다는 ‘배고픈 거지로 사는 것이 훨씬 더 인간이라는 동물이 사는 삶에 가까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긴 구태여 가족이 아닌 돈이라는 것을 위해 멀쩡한 부부가 서류상으로 이혼만 해 놓고는 ㄱ국가에서 주는 각종 혜택을 계산적으로 누리기 위해 제 자식이 대학을 마칠 때까지 저녁으로 남의 눈을 피해 가면서 만나는 사람도 봤고, 나는 아픈데도 없는데 괜히 돈 아깝게 의료보험을 넣을 필요가 있느냐며 수년간을 잘 버티다가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된 어느 날 교통사고를 크게 당하고 나서야 의료보험을 가입하는 그런 사람도 봤다.

그렇지만 내가 알기로 ‘1조원을 모으기 위해 평생을 산다’는 그 괴상할 정도로 별종과 같은 친구의 이야기는 압권이었다.